종목 하나 찾겠다고 뉴스 탭을 열다섯 개씩 띄워 놓던 때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협력사 찾고, 그 기업 재무 보고, 공시 들어가서 사업보고서 읽고 나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미나이로 같은 과정을 돌려보니 10분도 채 안 걸렸습니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AI 투자 리서치, 질문 수준이 결과를 결정한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저도 AI한테 "요즘 괜찮은 주식 뭐야?"라고 물어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연히 결과물도 두루뭉술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조건을 구체화하는 순간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 S26 출시를 앞두고 수혜가 예상되는 협력사를 찾는다면, 그냥 "삼성 협력사 알려줘"가 아니라 "갤럭시 S26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상장사 세 곳을 추려서 이유와 함께 알려줘"처럼 조건을 걸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여기서 핵심은 프롬프트(prompt) 설계입니다. 프롬프트란 AI에게 입력하는 질문 또는 명령어를 의미하는데, 질문이 뾰족할수록 AI의 응답 품질도 함께 올라갑니다. 단순 키워드가 아니라 조건, 범위, 출력 형식까지 지정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한 가지 실전 팁은 꼬리 질문입니다. 첫 번째 답변에서 상장 여부가 불확실한 기업이 나왔다면, "위 기업 중 비상장사가 있으면 제외하고 상장사만 다시 세 곳 추려줘"처럼 바로 이어서 조건을 좁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좁혀나가는 방식이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걸 저는 반복해서 경험했습니다.
제미나이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사고 모드보다 빠른 모드를 선택하는 편이 실전에서 유리합니다. 사고 모드는 복잡한 분석에 적합하지만, 초기 종목 추출처럼 빠른 스크리닝이 목적이라면 빠른 모드로도 충분한 결과가 나옵니다.
기업분석, 공시 보고서를 AI에 넣으면 달라지는 것들
종목 후보가 추려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기업이 실제로 투자할 만한 곳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네이버 증권에서 기본 지표를 먼저 훑고, 그다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으로 들어가 사업보고서를 직접 확인합니다.
DART에서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PDF로 다운로드한 다음, 그 파일을 제미나이에 올리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써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이 기업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고,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에서 어떤 수혜를 볼 수 있는지 요약해 줘"라고 입력하면 수십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AI가 훑어서 핵심만 정리해 줍니다.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표들이 있습니다.
- PER(주가수익비율):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 대비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저평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 이하면 자산 대비 저평가 상태를 의미합니다
- EV/EBITDA: 기업 가치를 세전·이자·감가상각 전 이익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여기서 EBITDA란 영업활동에서 실제로 창출되는 현금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업종 간 수익성 비교에 많이 쓰입니다
- 최대 주주 지분율: 대표이사나 오너 일가의 지분이 최소 10% 이상인지 확인합니다. 지분이 낮으면 기업 성장에 대한 동기가 약할 수 있습니다
- 컨센서스(consensus):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 평균값입니다. 여기서 컨센서스란 시장 전문가들이 해당 종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집약해서 보여주는 수치를 말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I가 큰 틀을 잡아주면, 그 안에서 각 지표를 제가 직접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중 검증을 합니다. AI는 방향을 잡아주는 도구이지, 판단을 대신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직접 써보면서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약 2,500개를 넘어섭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 방대한 종목 풀에서 조건에 맞는 기업을 수동으로 거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I가 1차 스크리닝을 맡고 사람이 2차 검증을 하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입니다.
실전 적용, 투자 원칙 파일을 AI에 학습시키는 법
이 부분이 제가 실제로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투자 관련 책이나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한 메모, PDF 요약본을 그대로 제미나이에 올리고 "이 투자 원칙을 기준으로 현재 투자해 볼 만한 기업 세 곳에서 다섯 곳을 추려주고 이유를 설명해 줘"라고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가치투자 관점에서 정리된 강의 요약본이 있다면, AI가 그 기준을 학습해서 현재 시장에서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을 추출해 줍니다. 워런 버핏식 기준이든, 국내 전업투자자의 기준이든 원칙을 파일로 정리해 두면 AI가 해당 철학에 맞는 종목을 걸러주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Unpacked) 이벤트를 기준으로 협력사 주가가 과거 5년간 어떻게 움직였는지 분석을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언팩이란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공개하는 연례행사를 말하며, 이 시점 전후로 협력사 주가에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팩 3개월 전 매수, 언팩 당일 매도 전략의 과거 수익률을 AI가 정리해 주면, 그게 하나의 매매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투자자 교육 자료에 따르면, 투자 판단에서 정보의 양보다 정보를 해석하는 기준의 일관성이 장기 수익률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AI를 활용하더라도 결국 본인의 투자 원칙이 뚜렷해야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방법을 써보면서 느낀 건, AI가 추려준 종목들을 하나만 집중하지 말고 서너 개를 받아서 그중에서 직접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AI는 데이터를 정리해 주지 미래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이 전제를 잊으면 "AI가 추천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위험한 착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제미나이를 활용한 투자 리서치의 핵심은 시간 효율입니다. 예전에 이틀 걸리던 종목 분석 과정이 몇 시간으로 줄어드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다만 그 과정을 빠르게 만들었다고 해서 판단까지 AI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제 기준에선, AI는 분석의 속도를 높여주는 도구이고 최종 판단은 언제나 제가 직접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AI 결과물을 출발점으로 삼고, 반드시 네이버 증권이나 DART 공시를 통해 직접 대조하는 습관부터 들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