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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과 투자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시장 대응)

by ekdus0410 님의 블로그 2026. 5. 12.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한때 전쟁 뉴스가 터질 때마다 무조건 팔고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소식을 접하자마자 오래된 습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면서 배운 게 있어서 이번에는 손가락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습니다.

주말 공습, 시장이 먼저 반응한 건 비트코인이었다

2월 28일 토요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 트럼프는 영상 성명을 통해 이란 국민에게 직접 정권 교체를 촉구했고, 사실상 공개적인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선언이었습니다. 레짐 체인지란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외부에서 특정 국가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전통 주식 시장은 주말이라 문을 닫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암호화폐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비트코인이 공습 직후 63,000달러까지 급락했고, 이걸 업계에서는 압력 배분 역할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압력 배분이란 주식 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 먼저 소화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압력밥솥의 증기 배출구 같은 역할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구조를 모르면 월요일 아침에 정말 위험합니다. 예전에 주말 전쟁 뉴스 하나에 들고 있던 포지션을 거의 다 정리했다가 막상 월요일에 시장이 생각보다 덜 빠지거나 오히려 반등해서 손해만 본 적이 있었습니다. 주말 동안 48시간에 걸쳐 뉴스가 반복 소비되고 공포가 어느 정도 식으면서, 월요일 장이 열릴 때는 이미 최초 충격이 한 차례 소화된 상태가 되는 겁니다. 트럼프가 주요 군사 작전을 토요일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역사 패턴 vs. 호르무즈 해협, 무엇이 이번 변수인가

과거 사례를 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 개전 이후 S&P 500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로, 개전 전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시장이 반등했습니다. 2023년 10월 하마스 전쟁 때도 최대 6% 하락 후 3주 안에 원래 수준을 회복했습니다(출처: S&P Global).

그런데 딱 하나의 반례가 있습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입니다. 이집트와 시리아의 이스라엘 기습 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이것이 1차 오일쇼크입니다. 오일쇼크란 원유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유가가 폭등하고 물가와 경기 전체에 연쇄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결과 S&P 500은 고점에서 42% 폭락했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7년 반이 걸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 역사 공부가 없으면 막상 위기 앞에서 판단이 흐려집니다. "전쟁 나면 무조건 폭락"이라고 단정했던 게 사실 오히려 더 위험한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번에 1973년과 비슷한 변수가 딱 하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길 하나를 통과합니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매일 약 2조 원어치의 원유가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란이 이 해협을 실제로 봉쇄한다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넘기고 최악의 경우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출처: CSIS).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점화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게 됩니다. 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부담이 커지면서 조정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게 지금 이 전쟁이 단순한 군사 이슈가 아닌 이유입니다.

월요일 이후, 지금 실제로 어떻게 대응할까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세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나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지속되는지 여부
  •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사우디나 이라크까지 확전 되는지 여부
  • 이란의 추가 보복이 어느 수위까지 올라가는지 여부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S&P 500은 며칠 내 반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 6월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 때도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정도 올랐다가 휴전 후 빠르게 안정됐고, 주식 시장도 충격을 빠르게 소화했습니다. 반면 봉쇄가 장기화된다면 S&P 500은 5~10% 조정이 올 수 있고, 한국 코스피는 그보다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69%가 중동산이고, 그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섹터는 단기 강세가 예상됩니다. 엑손모빌, 쉐브론 같은 에너지 기업과 에너지 ETF인 XLE가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전쟁이 빨리 끝나면 유가도 빠지기 때문에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금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도 공포가 커질수록 자금이 몰리는 구조입니다.

보유 중인 자산이 있다면 섣불리 패닉셀을 하는 것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건 전쟁 뉴스 자체가 아니라, 그 뉴스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저도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뉴스보다 구조를 먼저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사태도 결국 호르무즈 봉쇄가 해제되느냐 지속되느냐 하나로 시장의 방향이 갈릴 것입니다. 그 변수 하나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패닉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JKnOp7MZxbI?si=R-hx3YH61NMR5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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